우리가 결혼했던 2018년, 같은 해에 오픈한 남해 게스트하우스 몽도[夢桃]. '몽도'는 대학 선배가 운영하는 곳이에요. 학교 다닐 때 워낙 수줍음이 많았던 저는 선배들만 보면 인사 후 바로 뒷걸음질 치기 바빴어요. 그러던 제가 서른이 넘으면서 다시 만나게 되는 선배들은 왠지 아저씨 같이 편한 느낌이라 ㅎㅎㅎ 암튼 그렇게 친해져 딸 영어 과외까지 부탁한 또다른 선배가 "OO씨랑 남해 가지 않을래? ㅁㅁ가 게스트하우스를 차렸어. 너랑 어울리는 곳 같아." 라며 - 2박을 예약해줬어요.
차가 없는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될 것 같은 남쪽 끝 동네, 그렇게 남해 여행이 시작되었어요.
2018년 10월 12일 도착.
편안한 2인실 온돌방. 선배 부부의 섬세한 터치가 곳곳에서 느껴졌던 공간들.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듯 하지만, 소품 하나하나가 다 제 역할을 멋지게 하고 있었어요.
온돌 바닥이지만 바닥 이불이 도톰해서 전혀 불편하지 않았어요. 10월이었지만 시골인지라- 밤엔 쌀쌀해서 난방도 뜨뜻하게 해주시고.
창문을 열면 이렇게... 귤나무가 보여요. 신기방기. 감귤이 남해 곳곳에도 재배되고 있네요.
책으로 가득한 별채. 우리처럼 책을 잘 읽지 않는 부부에겐 꿈도 꿀 수 없는, 아니 꿈은 꿀 수 있겠... ㅎㅎ, 공간. 아이가 태어나면 책을 읽는 시늉이라도 해야겠죠...? ^-^;;;
이 공간에서는 일행끼리 담소도 나눌 수 있고, 각자 간식이나 맥주 등을 즐길 수 있어요. 중간에 놓인 커다란 나무 테이블에서는 조식이 제공됩니다.
운 좋게도 우리가 찾아갔을 때 '몽도' 가 오픈 100일을 맞이했어요. 우리 결혼 100일 즈음이라 더 의미 부여를 하고. ㅎㅎ
우리 말고도 몇몇 다른 선배 지인들이 와주었고, 몽도 100일 기념 '백일몽' 이벤트에 참여하게 되었어요.
남해 막걸리와 해물파전,
그리고 대추 까나페. ^-^
과자, 맥주, 과일 등등을 다른 손님들과 즐기며 행운을 가져다주는 실팔찌 만들기 이벤트까지!
기억이 새록새록.
아침 조식은 구수한 누룽지탕과 반찬 세 가지 입니다..
후식으로 과일과 삶은 밤도 주셨어요. 그리고 커피도 주셨는데, 사진을 못 찍었... 바리스타인 남푠도 맛있다고 놀라며 마신- 선배가 직접 가마솥에 볶은 원두로 내려준 커피. 집에서 한 번 프라이팬에 커피콩 볶아본 기억도 있고, 직화 로스팅 하는 카페에서 커피 마셔본 기억도 있는데- 이렇게 고르게 로스팅하면서 산미까지 살리는 직화 로스팅은 정말 어려운 걸 잘 알기에 선배의 섬세함이 더 느껴졌네요.
숙박실 옥상에선 해먹에 누울 수도 있고, 별을 볼 수 있는 평상과, 무중력 의자도 있어서 조용히 자연을 한껏 느끼며 쉴 수 있어요.^-^
작은 마당엔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 좋을 공간도 따로 준비되어 있어요.
밤엔 이런 모습이었다가,
낮엔 이렇게.
숙박실 입구에 오늘의 예약 손님, 날씨. 그리고 짧은 글귀 한 구절. 작가 언니는 글씨도 예쁘네요.
조식으로 받았던 귤 하나를 주머니에 담아 서울로 돌아왔네요.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준 선배의 부탁으로, 차 없는 우리를 위해 기꺼이 기사님이 되어주신 선배님. 덕분에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었어요.
오늘 거의 2년 만에 포스팅을 올리며 검색해보니, 다행히 몽도 게스트하우스는 별일 없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 같아요. 시간이 흘러 단편적인 기억만 남아 글로 남겼네요. 디테일하게 느낀 감정은 내 몸 어딘가에 잘 담겨져 있겠지만, 글로 남기기엔 한계가 있어 아쉬워요.
(선배님들 고맙습니다.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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